뉴스제작과 교섭, 조직문화

뉴스제작과 교섭

뉴스제작과 편대비행

뉴스 생산과정은 대량생산 시스템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이러한 생산과정에 참여하는행위자들의 행위유형도 다양하다. 기자들은 조직의 통제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느끼며, 살아남기 위해 자기검열과 자기규제를 학습한다.

기자가 되면, 편집자가 발행인의 눈치를 보며 무엇을 써야 할 지 배운다. 이에 기자의 활동은 공유된 레퍼토리에 맞춰 합주하는 재즈연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통된 인식에 의해 묶이고, 훈련과 사회를 거쳐 통일되고 환경에 변화에 유사하게 반응하는 편대비행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뉴스제작과 대립

그렇다고 보도기관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언론사 내부에는 대립과 갈등이 상존한다. 편집책임자와 발행인, 관리자가 생각하는 뉴스가치는 기자나 디렉터의 그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참고: 미디어조직과 게이트키핑). 

관리자들은 조직의 생존을 책임지며, 조직의 목표와 조직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기자와 디렉터는 제도적 규범에 반응한다. 기자와 디렉터에게는 어느 정도 자율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율성을 무시하면 뉴스는 성립될 수가 없다. 

뉴스제작과 교섭
뉴스제작과 교섭, 조직문화

특히 뉴스와 보도 생산에는 불확실성이 뒤따르기 때문에 기자나 디렉터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자율성은 전문직으로서 저널리즘의 핵심적 규범으로 인식되어 왔다. 기자의 자율성은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이 있다. 외적 측면에서는 뉴스조직의 정치적 독립성을 제한하는 억압적 권력과 관련되지만, 내적 측면은 관리차원의 압력이다.

뉴스제작과 갈등

뉴스 생산과정은 기자의 자율성과 조직 내 간부의 통제 사이의 갈등과 균형을 통해 진행된다. 기자나 디렉터가 자신을 저널리스트로 인식하는가 혹은 사원으로 인식하는가에 따라 조직 내에서의 관계는 달라진다. 

미디어조직에서 피고용인인 저널리스트는 조직의 통제와 전문직의 통제라는 긴장과 갈등 상황 속에서 일한다. 조직은 이익에 공헌하는 루틴화된 행동을 강조하지만, 전문주의는 사회적 책임에 기여하는 도덕적 행동을 강조한다. 

뉴스제작과 교섭

뉴스 생상과정에서 관리자에 의한 조직 우선주의와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전문주의 사이에 대립과 교섭이 벌어진다. 관리자의 전문주의는 법률, 계층구조, 노동관행, 목표설정, 업무평가 등을 통합하고, 직업훈련과 인증에 의거한다. 

뉴스제작과 교섭, 조직문화
뉴스제작과 교섭, 조직문화

관리를 받는 저널리스트는 관련단체의 규정, 공유된 교육과 훈련, 사회화, 노동문화, 직업적 정체성, 윤리조항 등을 주장한다. 이들 전문주의는 분화되었지만, 끊임없이 대립과 교섭을 벌인다.

특히 조직의 대립과 관료적 루틴 속에서도 영향력을 가진 저널리스트는 해석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저널리스트는 강압보다는 동의에 의한 합의를 확보하고자 한다. 뉴스조직에도 헤게모니가 작용한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가치는 헤게모니와 함께 유연성도 가지고 있다. 보도기관은 사회변동에서 사회운동과 같은 비판적 이데올로기도 부분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헤게모니는 조금씩 이동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관리자와 저널리스트간의 교섭이 벌어진다. 

특히 조직의 힘이 커졌을 때, 전문직 종사자는 자율성에 대한 위협을 인식해 전문주의를 나침반과 같은 원칙으로 삼는다. 물론 이러한 뉴스조직의 갈등과 대립, 교섭은 미디어조직에 따라 다르다. 

NHK는 신문과 같은 관료적 위계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직에 대한 귀속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대립이나 갈등, 교섭은 제한적이다. NHK에서 뉴스생산은 노동집약적이고 위계적 계층에 의해 이루어지며, 기자는 경험에 의한 능력을 평가받으며, 인사발령에는 정치권력과의 관계도 고려된다. 즉 NHK 직원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 자체의 정체성을 내면화한다.

뉴스제작과 조직문화

조직문화

뉴스조직은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형태와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밖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비합리적인 모습도 관찰된다. 조직문화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조직문화는 구성원이 공유하는 축적된 지식이며, 이는 생산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조직문화는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침으로 활용된 것이며, 미래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으로도 기능한다. BBCCNN은 조직문화가 다르며, 이는 환경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러한 생각은 신제도론(New Institutionalism)에서 말하는 비공식적 제도와 유사하다. 조직문화는 미디어기업의 직무수행을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뉴스제작과 교섭, 조직문화, BBC
뉴스제작과 교섭, 조직문화, BBC

최근에는 조직보다 언론사가 중요해지고 있다. 뉴스조직은 신문사나 방송사의 이익에 기여하고자 한다. 회사마다 ‘집단저널리즘’(group journalism)을 가지고 있다. 즉 회사마다 뉴스를 생산하기 위한 ‘조립라인’과 작업수칙(루틴)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를 만들어 낸다. BBC의 뉴스가 있고, New York Times의 보도가 있으며, NHK의 뉴스가 있다는 것이다.

조직문화의 양면성

이러한 조직문화는 양면성을 가진다. 조직문화는 ‘자산’인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전통적이고 성공한 조직문화는 더욱 그렇다. 조직문화를 환경변화와 조직의 전략적 선택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것이다.  

보도기관에서 조직문화는 취재과정과 편집절차를 규정하는 매뉴얼인 동시에 구성원이 따라야 할 규칙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직문화는 규율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권위적인 조직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강하다.  

조직문화와 관행

뉴스조직의 문화가 기자의 노동환경, 취재 및 보도의 관행을 규정하고 한계를 설정해 기자의 행위를 통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계속적인 뉴스생산을 위해서는 뉴스조직의 생산과정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위계질서가 필요하며, 기자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관행은 관료시스템과 이로 인해 형성된 조직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일상화되면서 표준화된 절차를 말한다. 관행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제도화된 문화적 생산물이기 때문에 기자나 직원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뉴스생산은 ‘조직의 관행’에 의한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뉴스조직이 관료제로 구조화되면 저널리즘은 규범보다는 경영과 관리에 종속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