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객관보도와 불편부당

디지털시대 객관보도의 종말?

디지털시대에도 불편부당과 공정성, 객관성은 저널리즘의 규범개념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미디어환경은 기술의 변화에 따라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이미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객관성의 종말을 외치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어떤 연구자는 저널리즘의 미래는 ‘탈객관적’ 직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적 서비스의 윤리적 원칙을 이끌었던 객관성과 불편부당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는 어두운 예언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이러한 규범개념은 정말 버려야만 할까?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987년에 방송보도에 공정성을 요구하는 공정원칙(Fairness Doctrine)을 폐지했다. 기계적인 공정성보다는 언론의 자유를 추구한 것이다.

디지털시대 객관보도 재개념화 

기술적 규율과 객관보도

여기에서 디지털시대에 객관보도를 재정립하고자 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을 몇가지 정리한다. 우선 객관보도는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기술적 규율, 즉 방법론에 지나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디지털시대 객관보도와 불편부당
디지털시대, 객관보도와 불편부당

객관보도를 위한 정확성, 검증, 완전성 등은 중요한 경험적 기준이다. 정확성은 이미지 조작이나 극적 재구성을 금지하며, 검증은 정보원의 주장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완전성은 구성과 논리가 전체적으로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성은 실무적이고 진실을 추구하는 조사방법으로 재생할 필요가 있다.

객관성이라는 기준에 따르면, 기자가 해야 할 업무는 뉴스를 어떤 식으로든 논평하거나 왜곡하거나 정형화하지 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다. 즉 객관성은 그것이 불가능할 지라도 끊임없이 진실을 추구해 가는 과정이다. 기자는 사회학자와 마찬가지로 사실이나 진실에 최대한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객관적인 취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의 규율과 객관보도

그렇다면 객관이란 무엇일까? 기자가 자신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한 채 세상을 냉정하게 취재할 수 있을까? 물론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노력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객관이란 선과 악, 옳음과 그름, 공익과 착취의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쪽을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이는 검증을 위한 규율로서 객관성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해 가능한 복수의 목격자를 찾아내고, 정보원을 가능한 공개하며, 보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제공하는 노력이 객관적 취재이다. 이는 여전히 저널리즘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BBC 적절한 불편부당

이를 잘 담아낸 것이 BBC의 적절한 불편부당(due impartiality)이다. BBC는 편집 가이드라인(Editorial Guidelines)에서 불편부당이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BBC의 공적 서비스 핵심공약이라면서 어떤 형태의 뉴스든 사건과 의견, 주요 주장 등에 적절한 비중을 안배하고 적절한 불편부당을 다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BC 가이드라인, 적절한 불편부당
BBC 가이드라인, 적절한 불편부당

나아가 가이드라인에서는 적절한 시간 배분은 특히 중요하며, 더욱이 논쟁적인 주제가 주요한 현안으로 부상할 경우에는 불편부당을 실현하기 위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균형성과 객관보도

균형성은 고차원의 원칙이 아니라 실천적 기술이다. 균형도 사실을 왜곡시킬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는 기계적 균형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반대쪽에 비슷한 정도의 중요성이 없는데도, 양자를 공정하게 다룬다며 기계적 균형을 유지했다면 이를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방법론은 진실의 측면에서 공정하지 못한 일이 될 수 있다. 균형을 잡거나 객관성을 지키려는 노력에는 아이러니, 모순 또한 존재한다. 뉴스조직이 실제로는 정부권력과 관료, 정치가 등 공적 정보원을 객관성의 대리인으로 미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탐사보도를 추구하는 방송기자와 디렉터는 기계적 균형과 불편부당을 법제화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탐사보도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은폐하고자 하는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파헤쳐 보도한다. 기자와 디렉터가 주도적으로 정보를 찾아내야 하며, 시청자나 독자에게 타당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해야 한다. 탐사보도는 어떤 경우에는 분노의 저널리즘이 되기도 한다.

정치적 갈등상황과 불편부당 

불편부당이나 공정성이 중요시 되는 사안이 분명 있다. 정치적 갈등상황에서는 분편부당과 공정성은 중요한 원리가 된다. 그러나 자국 군대가 참전한 군사적 대립사태를 보도할 경우에는 균형이나 불편부당이 타당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이러한 갈등상황에서 불편부당이나 공정성을 추구한다면 이는 오히려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디지털시대, 객관보도와 적절한 불편부당
디지털시대, 객관보도와 적절한 불편부당

정치적 갈등상황에서 기자나 언론사는 의제와 프레임 설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실수가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저널리즘의 규범개념은 기자나 언론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특히 정보관리나 스핀닥터(spin doctor)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언론의 관계(2), 공격견과 스핀닥터를 참고할 것).

결론: 적절한 불편부당

보도, 혹은 저널리즘은 뉴스와 논평을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분석뉴스, 뉴스해설, 시사다큐멘터리 등 논평을 내세운 보도장르가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불편부당이나 공정성도 새롭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 뉴스에는 불편부당과 공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논평은 다르다. 적절한 불편부당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불편부당, 공정중립은 방송법이나 가이드라인 등에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불편부당과 공정중립은 순수한 규범개념이 아니라 ‘정치적’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취재와 보도에서는 용의주도한 실행이 요구된다. 정치권력은 기자나 언론사의 잘못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전쟁이나 분쟁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조심스러운 보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