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조직과 게이트키핑

기자와 미디어조직

기자가 자신의 이념이나 사상에 의거해 자유롭게 보도하던 행복한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자는 조직, 즉 미디어기업에 속한 샐러리맨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조직문화를 내면화하고, 조직의 명령체계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미디어조직과 제작관행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이론화도 더딘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그만큼 미디어조직이나 제작의 실태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미디어조직의 연구는 블랙홀로 남아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더욱 어려운 것같다. 이는 신문사와 방송사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뉴스의 생산과정에 주목한 연구는 조직론적 접근에서 출발해 제도적 접근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자의 행위가 어떻게 조직적이고 직업적인 관행에 제약을 받는가를 이해하고자 했다. 

기자와 미디어조직
기자와 미디어조직, 저널리즘 사회학

그러나 뉴스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외부(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참고하시라)보다는 조직의 내부, 특히 편집국의 생산과정에서 찾고자 한다. 이들 연구는 다양하다 이는 저널리즘 사회학(Sociology of Journalism)이라고 부르는데, 미디어 정치경제학과 문화연구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 사회학

조직의 산물

우선 뉴스는 조직적 긴장의 산물이며, 조직적 요구의 산물이기도 하고, 권력작용을 통한 현실의 해석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뉴스가치는 뉴스아이템의 선정기준일 뿐만 아니라 그 표상의 가이드라인, 즉 작업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뉴스나 보도는 기자의 개인적 창조물이 아니라 조직의 산물이다. 편집국에는 정보를 통제하는 다양한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존재한다. 편집국은 하향식의 지시 명령 체계가 갖추어진 공간이며, 데드라인을 향해 움직이는 관료집단의 ‘조립라인’과 다르지 않다.

보도 제작 과정은 효율성과 불확실성, 신속성을 위해 관행이 자리잡는다. 관행화된 보도 제작 과정은 마치 뉴스를 자동적으로 생산하는 ‘뉴스공장’과 같다.

관료조직

한편 기자는 고도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직으로 인정받지만, 루틴 속에서 움직인다. 위계적 조직구조 속에서 경쟁하는 동료와 일하며, 이데올로기처럼 작용하는 뉴스가치와 공식적 취재원에 의존해 뉴스를 생산한다. 

저널리즘 사회학, 관료조직
저널리즘 사회학, 관료조직, 집단저널리즘

그들은 정부조직뿐만 아니라 세상을 관료조직으로 파악해 이에 적응해 간다. 이들이 정보원에 의존하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기자와 정보원간의 커넥션을 의심하며, 뉴스는 뉴스조직이 아니라 정보원의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저널리즘은 기자와 정보원간의 합의의 산물이며, 관행화된 전략적 행위이다. 이렇게 생산된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은 현실을 정의하고 재정의하며, 구성하고 재구성하며, 헤게모니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편집국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을 담아내지 못할 우려도 있다. 지역신문 뉴스룸 참여관찰만으로는 미디어조직의 거대화, 전송로의 다양화, 디지털화, 저널리즘의 복합성 등을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뉴스룸을 포함한 저널리즘의 환경, 관행, 텍스트와 이들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의 관계를 고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널리즘조직

집단저널리즘

그렇다면 저널리즘조직은 어떤 조직인가? 뉴스조직이나 보도기관은 위계적 구조로 짜여져 있다. 뉴스조직을 전문직으로 구성된 관료조직이라고 보는 연구자도 있다. 이에 때로 TIMENewsweek는 ‘집단저널리즘’(group journalism)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NHK아사히신문은 ‘조직저널리즘’이라고 불린다. 이는 조립라인(assembly lines)에서 똑같은 제품이 양산되듯이 데드라인을 향해 노동을 집약해 유사한 뉴스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인다.

위계적 미디어조직

거대한 미디어의 뉴스조직에는 지위서열과 권력에 따른 역할이 분명하다. 뉴스조직은 민주적이지 않다. 뉴스조직은 군대조직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편집장이나 프로듀서, 그리고 중간간부는 무엇을 발행하고 방송할 것인가를 알며, 뉴스나 프로그램의 길이, 순서, 주제 등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상부의 지시에 복종한다. 

미디어조직과 게이트키핑
미디어조직과 게이트키핑

물론 뉴스조직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직적으로, 수평적으로 분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뉴스조직은 위계적 질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위계적 구조에서 지위서열과 권력에 따른 역할이 구조화되어 있으며, 확고한 지휘명령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편집권’이라고 체계화했다.

미디어조직의 관리자

또한 모든 생산과정은 엄격하게 관리된다. 질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증할 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의 활동도 관찰대상이 된다. 뉴스조직의 거대화,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발달, 정보원 등과의 갈등관계, 경쟁의 심화 속에서 관리기능을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은 관리시스템을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으며, 관리와 통제의 강화가 부가피해졌다.

이를 담당하는 것은 관리자이다. 이들은 조직의 리더이다. 대개 국장, 부국장, 부장 등의 관리직이 해당한다. 미디어 경영자는 자신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해 보도내용을 관리한다.

이들은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경영관리자를 대신해 보도의 관리기능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미디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도 책임진다. 뉴스 생산과정에서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뿐만 아니라, 간부와 기자의 관계도 핵심적인 관계요소이다.

저널리즘의 다중적 게이트키핑

뉴스 생산과정은 다중적인 게이트키핑(multiple gatekeeping)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공간이다. 게이트키핑 연구는 단순한 접근방법이며 뉴스생산에 작용하는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화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환경에서 게이트키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개인적 차원의 뉴스생산과 새롭게 추동하는 기술적, 경제적 변화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심층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저널리즘은 기자, 조직적, 경제적, 기술 등의  게이트키핑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자에게 자율성이 주어지고, 조직의 관행이 준수되며, 긴급한 경제적인 위험이 보이지 않으며, 기술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는 균형적이고 안정된 상호작용이 유지된다.

그러나 이들 요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균형은 붕괴되고, 갈등은 기자의 활동을 제한한다. 인터넷의 등장과 디지털화와 같은 기술적 변화는 저널리즘의 재정의, 기자의 취재활동과 조직관행의 조정, 새로운 미디어전략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