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엔데믹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 팬데믹 시대에 방송사업자는 제작시스템을 비대면의 ‘언택트’로 전환했으며,상생을 모색하는 버라이어티도 편성했다. 경영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비도 삭감했다. 팬데믹 시대에 방송사의 코로나 대응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방송의 위상을 살펴본다.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2020년 1월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월 말부터 급증해 3월 1일에는 하루 감염자가 909명까지 급증했다. 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한 3월 11일 이후에는 안정세를 보였다. 4월 15일에는 총선을 실시했다. 이후 8월 초에는 하루 감염자가 30~50명으로 줄었다. 신속한 검사와 적극적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한국의 지상파방송은 조기대응에 나섰다. KBS(한국방송)는 2월 23일 비상방송체제로 전환했다. 뉴스특보를 상시편성으로 확대하고, 평일 골든타임에 <특별생방송,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를 편성했다. 코로나19 예방법과 행동요령을 다루었다.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아이템을 늘렸다.
코로나19는 노동집약의 프로그램제작에 영향을 미쳤다. 1월 말부터 일부 버라이어티는 녹화현장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을 권했다. 감염자가 나오자 KBS <뮤직뱅크>와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의 음악프로그램은 방청객 없이 진행했다. 감염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2월 말에 제작현장은 비대면, 무관객, 온라인 등 언택트(untack: un과 contact의 합성어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로 전환했다.
KBS <불후의 명곡>과 MBC <복면가왕>이 공개방송에서 관람을 중단했다. 관객 500명이 평가하는 KBS 2TV의 <불후의 명곡>은 판정단을 연예인 20명으로 대체했다. 전국을 순회하는 KBS <전국노래자랑>도 녹화를 잠정 중단하고, 특집편으로 대체했다.
야외에서 촬영하는 버라이어티도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방송을 중단했다. 대표적으로 MBC <1박 2일>은 출연진의 여행을 세트로 변경했다. 해외에서 촬영하는 SBS <정글의 법칙>은 6월에 중단한 뒤, 국내 촬영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출연자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촬영지와 일정을 조정했다. 해외에서 촬영하는 프로그램은 방송을 중단하거나 국내로 돌렸다.
드라마도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인원이 한곳에 모여 제작하는 방식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제작발표회는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했다. 이러한 방식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촬영과 대본리딩도 연기되었다. 연기자와 스태프가 모여야 하는 상황이 3밀에 해당하기 때문.
다행히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드라마는 사전제작을 한 드라마도 적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드라마를 촬영해야 하는 경우에는 모든 스태프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촬영 이외에 스케즐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켰다. 사전촬영을 소진한 경우에는 방송을 중단했다. 방송중단은 3주 정도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KBS는 프로그램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뉴스프로그램을 늘리고 시간을 앞당겼다. KBS는 평일 심야시간대에 <KBS뉴스라인>(평일 밤11시 30분)을 신설했고, 평일 오후2시에 시작되는 <KBS뉴스2>는 방송시간을 20분 연장했다. 특집프로그램도 편성했다. 7월 5일부터 4주 연속으로 일요일 오후 7시 10분에 (1TV)을 편성했다. 2TV에서는 정보프로그램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를 오전7시부터 3시간 방송한다. MBC는 6월 말부터 메인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오후 8시대로 되돌렸다.
오락프로그램 중심의 2TV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재택근무와 주52시간제 도입에 맞춰 평일 저녁시간대의 프로그램을 30분 앞당겨 배치했다. 평일 오후 8시대는 교양과 가족 대상 오락프로그램을 띠로 편성했다. 드라마도 7월부터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를 오후 9시 30분에 시작했다. 이미 MBC는 5월부터 월화드라마를, 7월부터는 수목드라마를 오후 9시 30분에 편성했다. SBS도 월화드라마를 오후 9시 40분으로 옮겼다. 이후 시간대에 버라이어티의 시작도 30분 빨라졌다.
한편 제작시스템을 바꿔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방청객을 온라인으로 대체한 ‘랜선’ 콘서트이다. SBS는 <트롯신이 떴다>의 랜선 버스킹은 새로운 포맷으로 자리잡았다. 가수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팬의 얼굴을 보며 노래를 선보인다. 팬과의 소통과 교감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온라인 관람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상생’을 모색한 버라이어티도 있었다. 지상파방송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버라이어티를 제작해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MBC <놀면 뭐하니?>, SBS <맛남의 광장>이 있다. <놀면 뭐하니?>는 ‘방구석 콘서트’라는 새로운 포맷을 만들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할 때에 문화공연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를 위로하면서 공연기회를 잃어버린 문화예술인에게 무대를 제공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된 콘서트와 뮤지컬, 발레, 클래식, 연극, 전통예능 등을 선사했다. 손님이 끊긴 치킨집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치킨을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한 뒤, 직접 드라이빙 스루로 치킨을 나눠주었다. 치킨 소비를 늘리고자 했다.
<맛남의 광장>은 포맷을 변경했다.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뒤에 이를 고속도로 휴게실, 공항, 기차역 등에서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농산물의 출하가 막힌 지역농민을 돕기 위해 나섰다. 김, 감자, 고구마, 다시마 등을 이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농산물 판로를 개척했다. 4월 23일에는 고구마 농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비를 촉구해 방송 일주일만에 고구마 300톤이 판매되었다.
코로나19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외출자제와 재택근무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디어이용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OTT 소비가 늘어났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대된 3월에 주말 동영상 시청률은 2달 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Netflix도 지난 4월 한국에서 결제액은 439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185억원) 2.5배 정도 늘어났다. TV시청도 늘어났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월 셋째주와 넷째주, 3월 첫째주는 2019년과 비교해 각각 26분, 46분 49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조사기간은 3월 31일~4월 2일, 유효표본 1,069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p), 코로나19로 인해 TV시청(70.2%)과 스마트폰・태블릿이용(67.7%)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스와 정보프로그램의 시청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뉴스와 정보프로그램 시청이 늘어났다는 응답은 75.9%로 1위를 차지했다. 2월 말의 뉴스앱의 이용도 전달대비 10% 증가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소비침체로 지상파방송의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방송협회는 4월 2일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광고매출이 40% 감소할 것이라며 정부에 지원을 요구했다. 이미 2019년에 KBS와 MBC가 적자를 기록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MBC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를 모면한 SBS는 매출이 줄어들었다. 제작비를 줄인 결과이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고 할 수 있다. 종편에서는 JTBC와 채널A가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지상파의 방송사업매출은 전년대비 2,797억엔이 감소한 3조 5,168억엔이었다. 영업이익은 -2,410억엔이었다. 영업이익율은 -5.1%. 방송광고비는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에는 전년대비 7.2% 감소한 3조 9억원이었다. 이중 지상파는 전년대비 15.4%나 감소한 1조 999억원이었다. 2020년에는 1조원대가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광고비가 디지털 광고비로 이행하고 있다.
종편의 등장과 OTT의 보급으로 위기를 맞은 지상파방송은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었다. KBS는 2020년에도 1,270억원의 손실을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제작비를 111억엔 삭감하는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7월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재 35%인 인건비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현재 4,700명에 이르는 직원을 2023년까지 1,000명 정도 줄일 예정이다. 연공서열에 의거한 임금체계도 개선해 성과급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자회사의 구조개혁과 수신료 인상안도 제시했다.
MBC는 기자의 취재비와 피디의 업무진행비를 30% 삭감했다. 제작비와 인건비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SBS도 4월부터 비용삭감과 제작비 5% 축소 등으로 연간 150억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뉴노멀이 된 것이다. 이미 콘텐츠 소비는 온에어에서 온라인으로 이행하고 있다. 노동집약의 제작방식을 고집해 온 방송도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프로그램제작에서도 접촉은 최대한 줄이고, 비대면과 무관객, 온라인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뉴노멀시대에 방송의 위상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역사적으로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가치가 모색되었다. 예를 들면 언론통제에서 종편이 감시견으로 기능했으며(짖지 못하는 감시견, 방송저널리즘과 언론통제), 탈진실시대에는 팩스체크가 등장했다(탈진실시대, 선거보도와 팩트체크). 지상파방송이 내세웠던 ‘공공성’을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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