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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칸분슌와 분게이슌쥬의 폭로저널리즘

슈칸분슌 심층보도대상 수상

2023년 8월 우수 심층보도를 시상하는 심층보도대상에 슈칸분슌(週刊文春)쟈니스보도가 선정되었다. 쟈니스보도는 1999년에 처음 보도한 이후 24년이 경과했다. 심층보도대상은 시간이 지났더라도 성과가 뛰어난 경우에는 대상에 포함시킨다.

선정 이유는 ‘다른 언론이 침묵을 드러내었고, 저널리즘의 위상을 생각하게 했다’며 레거시 언론이 최근까지도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점에 의문을 던졌다. 레거시 언론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왜 슈칸분슌은 보도했을까? 슈칸분슌과 분게이슌쥬(文藝春秋)의 폭로저널리즘을 정리한다.

슈칸분슌의 폭로 저널리즘

슈칸분슌과 분게이슌쥬는 ‘대포’로 불린다. 정치가와 연예인 관련 특종을 연발해 왔다. 분슌의 취재력은 정평이 나있다. 레거시 언론의 정치부기자가 거물급 정치가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취재하는 반면, 슈칸분슌과 분게이슌쥬는 조사하고 파헤친다.

슈칸분슌과 분게이슌쥬의 폭로저널리즘

이러한 분슌의 폭로저널리즘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간지 분게이슌쥬가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총리의 정치자금을 폭로해 실각시켰다. 분게이슌쥬는 1974년 11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그 금맥과 인맥’을 보도했다.

다나카 패밀리의 땅투기와 자금형성과정에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을 폭로했다. 분게이슌쥬의 폭로 이후 레거시 언론과 야당에서 비판이 거세졌다. 다나카 총리는 내각 개편과 포드 미국 대통령 초청 등으로 여론을 잠재우려 했지만 11월 말에 퇴진에 몰렸다.

이를 보도한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였다. 다치바나는 기자로서뿐만 아니라 지식의 거인으로 유명하다. 우주와 뇌사, 원숭이연구, 역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도쿄대 특임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분슌의 폭로저널리즘

한편 다나카는 총리 재임 당시 종합상사 마루베니로부터 5억 엔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체포되었다. 미국 항공기 제조회사 로히드가 ANN의 보잉기 도입과정에서 다나카에게 로비자금을 제공한 것이었다. 이것이 로히드사건이다.

이후에도 슈칸분슈와 분게이슌쥬는 일본을 뒤흔드는 스캔들을 폭로했다. 2016년에 아마리 경제담당대신의 정치자금문제를 폭로해 사임으로 몰았다. 마스조에 도쿄도지사가 공용차와 정치자금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마스조도 사임해야 했다.

2017년에는 와타나베 겐의 불륜을 폭로했으며, 국회의원의 스캔들을 보도했다. 2018년에 니가타 지사의 원조교제를, 2019년에는 국회의원과 고위관료의 스캔들을 폭로했다. 2020년에는 아베 전 총리와 관련된 모리모토학원 비리를 보도했다.

2021년에는 당시 스가 총리의 장남이 총무성 간부를 불법 접대했다고 폭로해 총무성은 고위관료를 징계해야 했다. 2022년에도 정치가의 불륜을 고발했다. 2023년에는 연예계의 거물인 마츠모토 히토시(松本人志)의 성폭력을 폭로했다.

조직저널리즘의 한계

당시 다나카의 정치자금문제를 분게이슌쥬만 알았을까? 레거시 언론도 분게이슌쥬만큼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폭로하지 못했다. 어쩌면 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레거시 언론은 거물급 정치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알고도 모르는 척했다.

반면 분게이슌쥬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레거지 언론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쓴다. 이를 경멸해 ‘손타쿠'(忖度)라고 부른다. 왜 레거시 언론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것일까?

조직저널리즘과 NHK

우선 신문과 방송은 거대한 장치산업이며, 노동집약산업이다. 레거시 언론은 거대한 몸을 이끌고 정치가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해서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대한 조직을 가진 레거시 언론은 권위 있는 정보원에 의존하며 공생을 모색한다. 이를 일본에서는 조직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조직저널리즘은 막강한 조직을 동원해 정치가나 관료, 재계인사 등 영향력을 가진 인사를 추적해 취재한 뒤 보도한다. 그러나 조직을 지키기 위해 보도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스스로 나눈다. 조직의 원리의 게이트키핑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조직저널리즘은 정보를 독점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었다. 바로 기자클럽이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은 그들만이 정보원과 접촉하는 거점으로 기자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안정된 취재거점에서 정보원이 흘리는 정보에 의존해 왔다.

레거시 언론의 기자는 거물 정치가와 한몸이 되어 때론 공동운명체가 되기도 했다. 거물 정치가가 장관이나 총리가 되면 이를 취재하던 기자도 승진을 했다. 이에 정보원에 붙어 독자나 시청자가 생각하는 정의나 공정과는 다른 감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슈칸분슌 대 마츠모토 히토시

반면 슈칸분슌은 기자클럽에 의존하지 않는다. 조사하고 연구하고 추적한다. 슈칸분슌의 취재는 기자가 발로 뛰기도 하지만, 제보가 큰 역할을 한다. 슈칸분슌은 ‘분슌리크'(文春リークス)라는 제보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폭로저널리즘과 조직저널리즘

폭로저널리즘에는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든 관료든 재계 거물이든 연예인이든 구린 곳을 추적해 폭로한다. 2023년 12월 말에 슈칸분슌은 거물급 연예인 마츠모토 히토시가 여러 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마츠모토가 속한 요시모토흥업은 그런 사실은 일체 없다고 즉각 반박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2024년 1월 마츠모토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며, 분게이슌쥬와 슈칸분슌 편집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5억 5천만 엔의 손해배상과 정정기사를 통한 명예훼손을 요구하며 제소했다. 마츠모토는 재판에 집중하기 위해 연예활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저널리즘기관인가 정보회사인가?

사회의 목탁, 감시견 등으로 불리는 기자가 왜 감각이 무뎌진 것일까? 조직으로서의 언론을 중요시하는 대신 독자나 시청자로부터의 신뢰를 내던진 것이다. 저널리즘기관으로서가 아니라 정보회사로 전락한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고발이나 폭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폭로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행위이다. 언론은 의제를 설정하고 숙의를 돕는 정보를 제공하는 고상한 역할도 해야 하지만 감시견으로 불공정, 비리, 스캔들을 알려야 한다. 슈칸분슌과 분게이슌쥬의 폭로 저널리즘은 감시견의 기본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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