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다. 전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다원성, 언론 독립성, 투명성, 언론환경과 자기검열, 법규, 뉴스와 정보 생산시설, 권력남용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를 정치지표, 사법지표, 경제지표, 사회문화지표, 안전지표 등 5가지 카테고리로 점수를 산출한다.
이번 조사에서 언론자유지수 1위는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는 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는 덴마크, 3위는 스웨덴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동티모르가 20위로 가장 높았으며, 대만이 27위로 뒤를 이었다.
주요국에서는 독일이 10위였으며, 캐나다가 14위, 프랑스 21위, 영국 23위, 이탈리아 46위였다. 미국은 55위, 일본은 70위였다. 러시아는 162위, 북한은 177위였으며, 최하위 180위는 아프리카 독재국가 에리트레아였다.
한국은 2024년에 62위로 2023년 47위에서 15계단이나 하락했다. 언론자유 국가분류에서도 한국은 ‘양호’에서 ‘문제있음’으로 분류되었다. 윤석열 정권에서 언론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정권에서는 언론자유지수가 추락해 왔다. 역대 최고는 2006년 노무현 정권에서 기록한 31위였다. 이명박 정권에서 69위(2009년)로 떨어졌으며, 박근혜 정권에서는 70위(2016년)까지 하락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43위(2018년)로 상승한 뒤, 41위, 42위, 43위를 기록해 아시아에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47위로 하락하더니 2024년에는 62위로 크게 떨어졌다. 종합지수는 64.87점으로 가장 순위가 낮았던 2016년보다도 낮다. 자유를 외치며 출범한 정권에서 언론의 자유가 추락한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사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격받은 언론자유의 사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은 검열이다.
물론 사전검열은 위헌이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자율규제나 사후규제라는 이름으로 검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과도할 경우에는 사후검열과 같은 냉각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자들을 고발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은 고소와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9월에 MBC가 바이든 관련 발언을 보도해 대통령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MBC 사장 등을 형사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11월에 “편파방송 시정조치가 없다”며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울 수 없다고 통보했다.
2023년에는 언론환경이 더욱 악화되었다. KBS는 박민 사장 취임 후, YTN은 민영화 이후 노사합의가 폐기되었다. 정권이 쥐고 있는 인사권을 뒤흔든 것이다. 이들 언론사 대표는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파행도 심각하다. 방통위는 KBS 이사회에서 진보 성향의 이사진을 해임했다. 방통심위는 정권을 비판하는 방송사에 법정제재를 남발하고 있다. 선방심위는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비판 보도를 중징계했다.
게다가 뉴스타파와 뉴스버스, JTBC, 경향신문 등의 전현직 기자들은 대통령 명예훼손 협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언론사 대표를 압수수색하기까지 했다. 5가지 지표 가운데 정치와 사회분야가 크게 하락했다.
일본의 언론자유지수는 2023년에 68위였지만, 2024년에는 70위로 두계단 하락했다. 2010년 민주당 정권에서는 11위로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익 국수주의자로 분류되는 아베 정권의 등장과 함께 급속하게 추락해 2016년과 2017년에는 72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주요지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예를 들면, 정치지표 73위, 경제지표 44위, 사법지표 80위, 사회문화지표 113위, 안전지표 71위 등이었다. 거의 모든 지표가 경제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수치이다.
일본은 의회민주주의 국가이며 언론의 자유와 다원주의를 존중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이해관계와 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압력, 남녀간의 불평등으로 인해 기자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당과 정부, 대기업은 언론 경영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이들 거물과 관련된 직권남용이나 뇌물공여, 성폭행, 건강문제, 공해 등 민감한 문제를 보도할 때는 자기검열이 작동한다.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는 여전히 인터넷언론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신문사와 방송사는 요미우리와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마이니치, 후지산케이의 5대 거대 미디어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요미우리신문은 하루에 629만 부를 발생하고 있다. 일찌기 1,000만 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어 아사히신문이 360만 부이다. 방송에서는 NHK가 세계 최대규모의 공영방송이다. NHK의 예산과 인사, 업무 등은 총무성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유사시에는 정부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지정방송기관이다.
민방에서는 NTV홀딩스와 후지미디어홀딩스, TBS홀딩스, TV아사히홀딩스, TV도쿄홀딩스 등 방송지주회사가 지배하고 있다. 도쿄의 민방 5사를 키스테이션으로 하며, 편성과 취재를 독점하고 있다.
기자클럽도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이다. 기자회견이나 정부 관료와의 접촉은 거대 언론사에게만 허용된다. 이들 정보원에 의존하기 위해 언론사는 자기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대 언론사의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독립언론사 기자나 외국인 기자를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법규도 보도를 규제하는 도구로 이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안전보장토지이용규제법은 원전과 군기지 등 583곳에 기자를 포함한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정비밀보호법에서는 특정비밀을 누설한 경우 최고 10년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영미 중심의 군사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기준에 맞춘 것이지만, 기자에게는 냉각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상 국경 없는 기자회의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언론환경을 정리했다. 한국은 권력을 쥔 행위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대통령과 그 측근, 집권당 일부 의원, 검찰 등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 언론사와 기자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공식, 비공식 제도가 기자를 통제하고 있다. 지배계층과 이익집단이 정치적, 경제적 압력을 가하며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일부 언론사 역시 이들 지배구조의 일부로 편입돼 체제를 유지 하기 위해 짖지 못하는 감시견을 자청하고 있다.
문제는 언론사와 기자이다. 원래 언론의 자유는 권력과 싸워 확보한 권한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가진 언론사와 기자가 권력과 맞서지 않는다면 승인은 무효가 된다(참고글: 짖지 못하는 감시견). 이제 저널리즘의 핵심은 거대 언론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언론이나 YouTuber, 프리랜서 등 주변 언론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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