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자 NHK는 막대한 중계권료를 들여 중계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있다. 최근 터진 도박스캔들에도 비판보다는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착한’ 히어로, 오타니 신드롬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 이하 오타니) 선수는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고 주목을 받고 있다. 오타니는 닛폼햄 파이터즈를 거쳐 2017년에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뒤, 2023년 12월에 LA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오타니는 숱한 기록을 쏟아놓았다. 프로야구에서는 드물게 시속 160km의 강속구 투수와 거포를 날리는 타자를 겸하는 투웨이(two-way player)이다. 2021년 시즌에서는 타석에서 홈런 46개, 마운드에서는 탈삼진 156개에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리그 MVP에도 선정되었다.
2022년에는 투수로 166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219개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으며, 타자로는 홈런 34개를 쳐냈다. 2023년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9월에 시즌을 접었지만, 홈런 44개에 10승을 거두었다. 10승-40홈런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 기록이며 리그 MVP에도 올랐다. 한 선수가 두번 만장일치로 리그 MVP에 오른 것도 유일하다.
일본인 선수로서는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을 보유하고 있다. 마쓰이 히데키의 기록(175개)을 2024년 4월에 갈아엎었다. 2021년 미국 시사 주간지 TIME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서 아이콘 부문에 오타니를 선정했다. 202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투수 겸 주력 타자로 일본 우승에 공헌했다.
몸값도 역대급이다. LA다저스와 10년간 7억 달러, 우리돈으로 9,700억 원에 계약했다. 이는 북미 스포츠 사상 최고액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연봉의 대부분을 계약이 끝난 뒤에 받기로 했다.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지급유예를 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2024년 연봉은200만 달러(26억 원)이다.
재능과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와 착한 인성도 인기비결이다. 그라운드의 쓰레기를 줍는가 하면, 팬들에게도 친절하며, 심판과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을 존중하는 자세와 겸손이 몸에 배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출한 실력에 외모와 인성까지 갖춰 ‘안티’가 거의 없다.
오타니 경기 중계권료
메이저리그 중계권료
오타니의 인기는 중계로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중계권은 광고대리점 텐츠(電通)가 가지고 있다. 덴츠가 마진 15%~20% 정도를 챙긴다. 2020년까지 중계권료는 연간 6,2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서 NHK가 50억 엔 정도를 부담한다고 한다.
덴츠는 2021년부터 2018년까지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메이저리그 중계권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일본에서 중계권료도 상승했다. 중계권료는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은 추측일 뿐이다.
메이저리그는 킬러 콘텐츠인 만큼 지상파와 위성, OTT에서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24년에는 NHK와 민방, 스포츠 채널 J Sports, SpoTV Now가 덴츠로부터 중계권을 구입했다. OTT서비스 ABEMA는 SpoTV Now로부터 서브 라이센스를 확보했다.
NHK의 메이저리그 중계
NHK는 2024년에 오타니가 활약하는 LA다저스 경기를 중심으로 지상파와 위성에서 200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열린 개막전은 지상파에서, 두번째 경기는 위성에서 생중계했으며, 동시전송 서비스 NHK플러스(NHK+)에서도 전송했다.
NHK는 관련 프로그램도 방송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정보를 제공하는 ‘와 스포츠 x MLB’를 편성했다. 평일 오후 생방송 정보프로그램 ‘오후LIVE 뉴슨’에서도 오타니 경기 속보를 제공하고 있다. 메인뉴스에서도 오타니의 활약을 빠지지 않고 보도하고 있다.
NHK는 오타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 전달해야 할 것은 확실히 전달하겠다고 했다. 미디어 연구자 스즈키 유우지(鈴木祐司, 2024)는 젊은층의 실시간 시청률을 끌어 올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하다. 3월 20일 개막전은 뉴스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골든타임을 채웠다. 시청률은 2배 이상 뛰어 올랐다. 일부 계층에 인기가 있는 프로스포츠를 중계하기 위해 거액의 수신료를 쏟아붓는 것이 타당할까?
오타니 과열보도
오타니의 실력과 인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문제는 언론의 과열보도이다. 2024년 3월에 통역의 불법도박사건이 드러나자, 일본 언론은 앞다투어 도박사건을 보도하시 시작했다.
오타니가 도박사건에 관여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언론은 오타니를 ‘완전한 피해자’로 프레임을 설정해 보도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오타니가 ‘완전히 배신 당한’ 것으로 보도했다. 나아가 만약 통역이 도박으로 잃은 돈을 오타니가 떠맡았다고 하더라도 친구를 도운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는 인식이 다르다고 얼버무렸다.
이러한 일본 언론의 과열보도 행태를 저널리스트 고이케 아타라시(小池新, 2024)는 경미식 보도라고 비판한다. 무언가를 ‘완전무결’로 보도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Los Angeles Times는 일본인은 오타니의 도박스캔들을 대통령선거처럼 다루고 있다면서 언론은 오타니 편이라고 지적했다.
결론: 비판 없는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사명은 우선 비판에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한 역할을 위임받은 사회제도(social institute)이다.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비판은 커녕 질문조차 던지지 못하는 언론, 짖지 못하는 감시견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참고: 짖지 못하는 감시견?).
참고문헌
鈴木祐司(2024). 受信料維持のためには大谷翔平も使う…重要な報道番組を「MLB生中継」に変えてしまうNHKの恍惚と不安. <PRESIDENT 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