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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과 양심: ‘사도광산’ 사설분석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동의했다. 저널리즘과 양심이라는 관점에서 일본 주요신문의 사설을 분석한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지난 7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21개 회원국 전원 동의로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결정되었다. 일본의 주요 언론은 속보로 보도했다.

저널리즘과 양심: 사도광산 사설분석

사도광산을 관리하는 사도시와 니가타현은 2006년 11월 일본 문화청에 세계유상 등재 신청을 제안했다. 이후 18년 만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이번에는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근대유산을 제외해 신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동의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에서 노동환경이 열악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리우리신문은 이미 한일간에 합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대신 현지에 상설전시를 마련해 전쟁 중에 조선반도 출신자가 1500여명 있었다는 점과 노동환경이 가혹했다는 점을 소개하는 방안을 제시해 우리 정부가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강제노동’과 ‘가혹한 노동’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가혹한 노동’은 인권침해로 연결되기 어렵다. 일본 정부의 제안에 농락당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등재 결정 다음날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서는 조선인 노동에 관한 전시가 시작되었다.

주요 신문 사설분석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사설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가장 먼저 실었다. 7월 28일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세계유산을 잡았다고 했다. 이어 28일 보수우익의 산케이신문은 조선인 관련 전시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30일 대화의 중요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으며, 아사히신문은 빛과 함께 그림자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 ‘전시시설 필요없다’

산케이신문의 사설은 일본 보수우익의 주장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17세기에 세계 최대급의 금 생산량을 자랑하는 광산유적에 정치가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 긴밀하게 협이하면 전시전략 및 시설을 강화해야 하도록 노력한다고 밝힌 것은 전시시설에 한국이 관여하도록 만든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조선인 출신자는 사도광산에 모집과 징용으로 왔으며, 급여가 지급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방침으로 결정했으며, 사도광산의 문화적 가치는 에도시대까지 한정해 추천했기 때문에 전쟁 중의 전시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2015년 군함도 등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에 “조선인의 강제노동을 부당하게 주장하는 한국에 배려해 정보센터를 설치”했다면서 그뒤 전시 내용이 불충하다는 한국의 요청으로 유네스코가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에는 이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와 마이니치신문 ‘협조의 산물’

사도광산이 가치 높지만 한국 정보의 반대로 일본 정부는 협의에 나섰다고 했으며, 협의 결과 사도시내의 박물관에 조선인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 관련 전시를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일한의 협조로 만장 일치의 등록에 이르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바람직한 전개였으며, 견해의 차이가 있더라도 협의해 타결점을 찾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양국은 계속해서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널리즘과 양심: 사도광산 사설분석

이러한 논조는 마이니치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즉 “의견이 다르더라도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중요성을 다시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 ‘강제노동’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강제성을 읽을 수 있는 전시내용이라고 해석했다.

군함도 때와는 달리 “윤석열 정권이 징용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2025년에는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다며 대립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화를 거듭해 안정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사히신문 ‘빛과 함께 그림자도 드러내야’

진보적 논조로 알려진 아사히신문은 다를까? 30일자 사설에서 ‘특필해야 할 것은 역사적 평가에 대해 일한 정부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쌍방이 타협해 협의로 결론을 이끌어 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등재 결정 다음날부터 향토박물관에서 위험한 갱내 작업에 조선인의 비율이 많았다고 전시했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 ‘빛과 함게 그림자도 드러내야’

한편 아사히신문은 “강제노동 여부에 대한 견해는 일한에 차이가 있지만 ‘강제’ 표현은 피하면서 가혹한 노동환경이 있었다는 것을 현지에서 전시하기로 양정부가 협의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직시해야 할 사실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또한 아사히신문은 “밖으로부터 들어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 본래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에 사도와 니가타에서 시민단체가 전쟁 중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의 증언을 찾아내고 에도시대에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한 사람을 추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자랑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라며 시민이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그림자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끝맺었다.

결론: 저널리즘과 양심

이상 일본 주요 신문의 사설을 보면 보수우익을 대표하는가 하면 역사의 부정적인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조까지 다양하다. 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수박 겉 핥기로 해석한다. 그나마 아사히신문이 역사의 부정적인 측면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널리즘이 국가 이익을 넘을 수 있을까? 진실이나 정의, 사실은 국가라는 영역의 안팎에서 어떻게 논의되어야 할까? 저널리즘의 양심이란 국가 이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는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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