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팩트체크

저널리즘과 기후변동

미래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 미디어

영국의 가디언(Guardian)은 2020년에 석유 및 가스기업으로부터 광고출고를 전면적으로 거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광고요금은 우리돈으로 약 7억 원에 이른다. 이보다 앞서 2019년에 스웨덴 신문사 다겐스ETC(Dagens ETC)는 석유기업들로부터 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가디언의 선언은 세계 두번째이다.

https://www.lemonde.fr/2023년에는 복스 미디어(Vox Media)가 화석 연료나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채굴하는 기업으로부터의 광고비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프랑스의 르몽드(Le Monde)도 위해물질을 배출하면서 친화경으로 포장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로부터 광고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주류는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의 일침

안토니오 구테레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세계 환경의 날 연설에서 에너지 기업의 대부분이 로비 활동, 법적 조치, 대규모 광고 캠페인를 통해 ‘뻔뻔스러운 그린 워싱’을 추진해 진실을 왜곡하고 시민을 속여왔다고 비판했다. 그가 담배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광고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테레스 사무총장은 수십 년 동안 진보를 방해해 온 화석연료 산업과 직접 대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뉴스와 미디어기업은 화석 연료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 기업은 거액의 자금을 광고와 스폰서십에 투입해 미디어를 움직여 왔다. 또한 미디어뿐만 아니라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스폰서를 자처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예를 들면, 최근 FIFA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4년간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람코는 2026년 남자 월드컵과 2027년 여자 월드컵을 후원하기로 했다.

구테레스 사무총장은 광고대리점과 홍보대행사가 지구를 파괴하는 조력자 역할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이나 그 사무총장은 광고 금지를 강제할 권한이나 수단을 갖지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기업의 침묵

하지만 현재까지 미디어 기업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참고: 짖지 못하는 감시견 (1), 방송저널리즘과 언론통제). 가디언은 11개 보도기관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응답은 2사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을 제외한 광고산업이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거액의 광고 예산을 가진 에너지 기업은 광고주로서 아주 매력적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해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받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미디어의 침묵, 저널리즘과 기후변동

양심적인 저널리스트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동을 추적해 온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근무하는 미디어가 미국 석유회사의 광고를 수주한 것에 불만을 품고 사직서를 던졌다.

미국의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 쉐브론(Chevron)은 고르곤 가스전 2단계 개발을 통해 천연 가스를 생산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는 천연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며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쉐브론과 엑손은 석유 시추 기업을 인수했다. 화석연료를 둘러싼 미국 에너지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기후행동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기업이 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쏟는 동안에 미국의 에너지 기업은 화석 연료에 투자해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석유 대기업의 홍보를 조사하고 있는 인플루엔스맵(InfluenceMap)은 2021년의 조사에서 석유회사 PR의 60%에 ‘그린’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으며, 23%가 석유나 가스를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이들 사업자가 저탄소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예산의 12%에 불과했다.

가디언의 코멘트 요청에 유일하게 응답한 미국의 정치언론 폴리티코(Politico)는 화석 연료 기업, 재생 에너지 기업, 기후변동 관련 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광고주를 눈에 띄게 표시했으며, 스폰서가 포함된 콘텐츠가 있는 뉴스와 광고는 명확하게 구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 광고 금지

1970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공중 보건이 위험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TV와 라디오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현재 미디어에서 담배 광고는 매우 엄격하게 규제되고 통제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광고 규제 당국이 그린 워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드리대고 있다. 이에 많은 광고가 문제가 있다며 변경 또는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항공사가 저탄소 비행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사실을 과장하는 것이다. 은행이 기후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뒤로는 화석 연료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광고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광고 게재를 재고해야 한다.

외롭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의 강경 발언을 계기로 이러한 규제가 각국에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디언은 2020년 석유 및 가스 기업의 광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선언했을 때 이러한 금지 조치는 재정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비즈니스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가디언은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보다 진보적인 조직을 구축하는 것과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양립해야 한다면서 많은 기업이 이러한 생각에 찬성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고의 미래는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가치관과 목적에 대한 공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과 같이 양심적인 미디어기업과 저널리스트는 단기적인 이익을 버리더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를 선택했다. 비록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저널리즘의 진보적인 선택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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