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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정보원: 밀착취재의 위험성

일본 민방 TV도쿄가 2025년 5월 지난해 방송한 ‘경찰밀착 24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취재과정에서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과 정보원의 관계에서 경찰 밀착취재의 문제점과 위험성은 무엇일까?

TV도쿄의 경찰 밀착 프로그램

‘경찰밀착 24시’

TV도쿄는 지난 5월 30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해 3월 28일 방송된 ‘경찰밀착 24시‘에서 관계자의 명예를 크게 해치는 등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이러한 내용은 자사 홈페이지에도 발표했다.

우선 ‘경찰밀착 24시’는 TV도쿄가 부정기적으로 편성하는 보도다큐멘터리이다. 편성시간은 평일 골든타임이다. 기획의도는 “전국에서 매일 발생하는 사건・사고・범죄의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 정의감 넘치는 전국의 열혈 경찰관에 밀착한 리얼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한다.

언론과 정보원: 경찰 밀착취재의 위험성

문제가 된 것은 2023년 3월 28일 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연상하는 상품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사건을 다루며, 4명이 체포되었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이중 3명이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회사는 ‘귀멸의 칼날’의 캐릭터를 그린 상품을 중국에 발주했다고 방송했지만, 제작진은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 후에 해당 회사가 그런 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프로그램에서는 경찰서에서 수사관들의 대화와 회의 모습을 마치 실제 수사과정인 것처럼 방송했다. 그러나 이는 사후에 촬영, 즉 재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경찰 수사과정을 리얼하게 방송하고자 의도했겠지만 조작에 가까운 불적절한 구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TV도쿄의 사과 기자회견

TV도쿄는 “시청자에게 오해를 주었고, 관계자의 명예를 손상시킨 점을 사과드린다.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시카와 TV도쿄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청자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에게 불편과 오해를 주었고, 명예를 크게 해친 점을 깊이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프로그램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시카와 사장은 제작을 그만두겠다면서 폐지를 언급했다. “프로가 제대로 처리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은 방송사의 신뢰성을 해친 것이며, 이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TV도쿄는 ‘경찰밀착 24시’를 폐지하기로 했으며, 6월 3일에는 책임자 처분을 발표했다.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출근정지 5일, 제작국장은 감봉 처분을 결정했다. 이외에 사장은 2개월 월급 30%, 상무는 2개월 월급 10% 자율반납을 결정했다.

한편 방송업계의 자율규제기관 BPO(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의 방송인권위원회는 TV도쿄의 이사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6월 18일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7월 12일에는 BPO의 방송윤리검증위원회가 방송윤리 위반여부를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과 정보원: 밀착취재의 위험성

‘경찰밀착 24시’는 취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TV도코에서 프로그램 심의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최대의 문제였다. 일본 민방에서는 경찰에 밀착해 취재한 내용을 특집코너로 방송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하거나 체포하는 모습은 긴박감과 현장감이 넘쳐 시청자의 관심을 끌 만하다.

언론과 정보원: 밀착취재의 위험성

그러나 실제 취재와 제작에 나서는 것은 경찰 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제작회사이다. 제작회사가 경찰에 밀착해 취재하며, 수사와 체포 현장의 영상을 현장감이 넘치게 편집한다. 경찰에 밀착하는 만큼 사건을 보는 시각은 경찰의 시선이다. 또한 이러한 제작방식은 제작비도 저렴하다.

취재대상인 경찰로서는 경찰의 일상 활동을 알리고 홍보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경찰을 비판하는 논조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밀착이나 동행을 허용하고 때로 협조까지 한다.

이러한 취재시스템이 경찰 밀착취재의 위험성을 높인다. 감시대상인 경찰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공적인 정보원이지만 권력기관이기도 하다. 감시대상이지만, 밀착취재와 동행취재는 정보원과의 거리를 무너트린다.

중요한 것은 언론이 경찰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이다. 경찰 밀착취재는 경찰의 권한을 보다 부각시켜 그 권한을 정당화한다. 경찰로서는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언론과 경찰의 상부상조는 권력감시를 방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편 심의시스템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TV도쿄는 제작회사에 취재와 편집을 맡겼다. 제작회사는 방송시간에 맞춰 완전패키지를 납품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제작하다 보면 납품이 늦어질 수 있고 그러면 심의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프로그램 제작을 외주에 맡길 경우에는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

결론: 언론과 권력의 관계

경찰은 언론사에 유력한 정보원인 동시에 감시대상이기도 하다. 경찰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자칫 경찰의 홍보에 이용될 수도 있다. 이에 언론은 경찰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긴장관계도 가져야 한다.

경찰뿐만이 아니다. 언론은 공적인 정보원을 선호한다. 정부기관이나 대기업, 유력 정치가, 유명인 등을 의존해 뉴스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특히 권력이 집중된 기관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절대적이라는 말은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권력기관의 발표를 받아쓰기로 보도한다.

정보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그 관계는 공생을 넘어 ‘기생’으로 변질된다. 언론은 권력기관과 한몸이 되어 이익을 함께 공유하고 권력기관에 봉사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언론은 스핀닥터(spin doctor)의 발표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권력기관을 대변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이런 권력기관으로 현재 한국에는 대통령실과 검찰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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