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9일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이하 대선)는 탄핵으로 인한 보궐선거였으며, 국민적 관심도 높았다. 사전투표율이 26.06%, 최종 투표율은 77.2%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41.1%를 득표해 당선됐다. 이번 선거보도에서는 팩트체크가 주목을 받았다. 뉴스프로그램에서는 잇따라 팩트체크 코너를 신설했다.
출구조사는 높은 사전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적중했다. 개표방송에서는 방송사마다 새로운 영상기술을 활용하며 경쟁했다. 시청률은 KBS와 JTBC가 높았다. 그러나 선거보도와 여론조사는 과제도 남겼다. MBC와 TV조선의 선거보도는 공평성을 결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론조사보도는 샘플링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SBS는 부실한 게이트키핑으로 오보를 냈다. 모바일시대,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에 한국 대선보도에서 나타난 몇가지 문제를 정리하고 시사점을 고찰한다.
2017년 5월 9일 오후8시. 방송3사는 일제히 출구조사결과를 보도했다. 사전투표율이 높아 예측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중했다. 실제 후보별 득표율과의 차이는 0.3~0.7%포인트로 오차범위(±0.8포인트)에 속했다. 이번 출구조사는 지상파3사가 공동으로 발표했다. 방송3사와 한국방송협회는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를 구성해 전국 330개 투표소에서 유권자 9만 9000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와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심층조사는 후보 지지 이유와 차기정부의 해결과제, 사회적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개표방송은 정보에 재미까지 더했으며, 시청률도 높았다. 특히 JTBC는 상승한 반면, MBC는 저조했다.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채널 2사 등 총 9개사는 오후 5~6시부터 개표방송을 시작해 다음날 새벽까지 편성했다. 시청률은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KBS와 JTBC가 높았다. 닐슨코리아의 조사에서는 KBS가 9.38%, JTBC가 8.16%, SBS가 7.51% 등이었다. ATAM에 따르면, 20시부터 23시까지 평균시청률은 JTBC가 12.46%로 1위였다. 이어 SBS가 9.34%, KBS는 8.40%이었다.
시청자수에서도 JTBC는 지상파를 웃돌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9일 오후8시부터 12시까지 시청자수(20~49세)는 JTBC가 분당 평균 124만 1,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BS가 82만 9,000명, KBS가 58만 4,000명, MBC는 47만 4,000명이었다. 손석희 사장이 이끄는 JTBC는 세월호사고, 메르스사태, 사드배치 문제, 탄핵정국 등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공정하게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가 개표방송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방송사는 개표방송에 심혈을 기울였다. KBS는 스포츠중계 이용되는 스파이더캠(Spidercam)을 띄우고 AR(Augmented Reality)도 활용했다. 광화문광장 영상에 출구조사 결과와 당선자 예측시스템(디스전K) 등의 정보를 그래픽으로 넣었다. SBS는 컬링경기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포켓몬고 등을 패러디한 버라이어티형 개표방송으로 인기를 끌었다. MBC는 후보자의 3D아바타를 등장시켰으며, MR(Mixed Reality)로 후보자가 모니터 밖으로 걸어나오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반면 JTBC는 광화문광장에 특설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손석희 앵커가 대담과 분석 중심으로 진행했다.
한편 SBS는 지상파의 개표방송과는 별도로 동영상전송 대상으로 제작해 전송했다.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했다. 방송보다 자유로운 논평이 제공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코리아 등도 지상파와 종편, 뉴스채널의 개표방송을 전송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보도에서는 팩트체크도 화제를 불렀다. 언론사가 후보자의 발언과 공약의 사실여부를 검증해 허위주장과 네거티브 공세를 상당 부분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팩트 자체를 검증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그래픽과 그림 등을 활용했다. 보도기관의 팩트체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JTBC. 2014년 9월 <뉴스룸>에 ‘팩트체크’ 코너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7명으로 패트체크팀을 조직했다. 대선기간에는 ‘대선 팩트체크’를 만들고, 후보자의 발언과 공약을 검증했다. TV토론에서는 실시간 팩트체크를 카카오플러스에도 제공했다. 팩트체크 조회수는 200만 명을 넘었다. SBS도 2016년 12월에 <8뉴스>에 ‘사실은’이라는 코너를 시작했다. 신문사에서도 잇따라 팩트체크 사이트를 개설했다. 네이버는 보도기관의 팩트체크를 모은 전용사이트를 개설했다.
TV토론이 방송되는 동안에 온라인에서는 팩트체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팩트체크 시스템이 도입되지는 않았다. 후보자 토론에서 라이브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팩트체크가 가능하다면 토론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JTBC의 팩트체크는 브랜드가 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언론연구소는 2017년 3월에 팩트체크센터를 개설했다. 보도기관과 협력해 페이크뉴스를 걸려낸다는 취지였다. 그렇다고 팩트체크는 만능은 아니다. 같은 문제에 대한 보도기관간의 팩트체크 결과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페이크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보도기관의 발표저널리즘을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제도 적지 않았다. 우선 여론조사가 도마위에 올랐다. 고정전화로 샘플링해 조사한 결과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휴대전화 가입건수는 2017년 5월 말에 5,550만 건으로 인구수를 초과했다. 이중 스마트폰이 4,740만 건, 피처폰이 810만 건이다. 고정전화를 해약하고 휴대전화만을 사용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모바일시대를 반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론조사에는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이 이용된다. 이는 컴퓨터가 생성하는 전화번호에 임의로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방법이다. 선거여론조사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때는 사전에 조사기관과 조사설계, 표본추출방법, 질문지, 결과분석 등 16가지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또한 투표일 1주일 전부터 당일까지 공표가 금지된다.
방송사와 신문사는 선거기간에 경쟁적으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중에서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4월 8~9일 실시한 조사는 샘플링에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다자대결에서 4.1%포인트, 양자대결에서 13.2포인트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리아리서치는 3월과 4월에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다. 3월 조사에서는 비적격 전화번호의 수가 유선 7만 1,599개, 무선 6만 2,775개이었지만, 4월에는 유선 2,460개, 무선 2,650개이었다. 팩스나 사업자 전화번호 등 여론조사에 사용할 수 없는 비적격 번호의 비율이 3월에 50%를 넘었지만, 4월에는 10% 미만으로 줄었다. 무작위로 추출했다면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3월 조사에서는 국번 8,000개가 사용되었지만, 4월에는 60개가 사용되었다. 무작위샘플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조사회사가 보유한 전화번호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코리아리서치센터는 유효성검증시스템을 통해 응답율을 높였다고 해명했다.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표본추출틀 전체 규모를 축소해 등록했고, 비적격 사례수 및 접촉실패 사례수를 누락하여 등록했다”며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했다. 여론조사심의위는 조사결과의 유효성은 있다며 보도금지는 내리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고정전화의 비율을 높이면 보수적인 후보자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4월 중순의 여론조사를 보면, 고정전화와 휴대전화의 비율에 따라서 지지율에 차이가 있었다. 고정전화의 비율이 높으면 안철수 후보, 휴대전화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이에 “여론조사기관에서 고정전화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고정이든 휴대전화든 응답내용은 인구비례에 맞춰 연령별, 성별, 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유선전화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샘플링에 편차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검증이 요구된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론조사회사가 난립했고, 문제가 있는 조사결과도 적지 않았다. 여론조사심의위는 60건의 여론조사를 심의했다. 이중 공표・보도전 홈페이지 미등록이 3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결과의 왜곡・조작도 8건이나 되었다. 여론조사심의위는 1건을 고발하고, 4건에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25건에 경고를, 30건에 준수촉구를 내렸다.
이번 선거보도에서 SBS는 오보로 곤혹을 치렀다. SBS는 투표 1주일을 앞둔 5월 2일 <8뉴스>에서 ‘차기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해양수산부가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고의로 세월호 인양을 지연했다는 것이었다. SBS는 ‘단독’이라며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의 인터뷰를 실었으며, 민주당 측의 반론도 보도하지 않았다. 곧장 논란이 일었다.
SBS는 다음날 새벽에 뉴스를 삭제하고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보도되었다고 해명했다. 보도본부장은 오보라며 진상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SBS는 외압이 없이 자체 판단으로 뉴스를 삭제했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민주당이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고 공격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불충분한 취재, 부적절한 데스킹, 허술한 게이트키핑 등 총제적인 뉴스제작시스템의 문제가 부른 불상사였다며 외압이나 악의적 의도를 부정했다. 조사결과를 요약하면, 우선 취재단계에서 해양수산부의 공무원의 발언을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검증하지 않았다. 또한 특정후보를 거론하면서 반론을 취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초고를 데스크였던 뉴스제작1부장은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다음달 본격 조사”라는 제목을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로 수정했으며, “인양이 박 전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급히 진행된 것을 두고, 해수부가 권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취재기자가 부장의 수정기사에 문제가 있다며 재수정을 4번이나 요청했지만, 부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장은 기사가 주목받도록 교정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뉴스제작부국장과 보도국장은 편집회의에서 공무원의 인터뷰를 신중하게 쓰라고 했지만 수정된 기사를 체크하지 않았다. 보도본부장도 기사를 미리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 뉴스편집을 담당했던 뉴스제작1부에서 기사작성에 참여하면서 게이트키핑과정이 축소되었다. SBS는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재발방지책을 내놓고, 관련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번 대선은 모바일시대, 포스트 트루스시대의 선거보도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여전히 공평성과 객관보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이 이데올로기가 되지 않으려면, 팩트를 검증하지 않으면 안된다. AR과 MR, 패러디 등 역동성과 재미를 살린 선거보도는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지만, 그것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포스트 트루스 시대야 말로 방송의 공공성, 설명책임은 더욱 요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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