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저널리즘

NHK 수신료와 튜너리스TV

서론: 공공미디어 NHK

NHK 저널리즘에 대한 불만은 수신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수신계약 대상이 아닌 튜너리스TV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왜 일본의 시청자는 NHK을 비판할까? 튜너리스TV를 중심으로 공공미디어에 대한 불만을 소개한다.

NHK는 일본의 유일한 공영방송이다. 설립은 1926년 라디오방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디오방송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제국주의의 통제를 받으며 전쟁에 미화하고 부역했다.

1945년 일본은 패전했으며, 미군정시대를 맞이한다. NHK뿐만 아니라 신문은 전시에 정부를 비판하지 않아 패전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고 반성하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미디어로 거듭나고자 했다.

그러나 미군정에서 독립한 일본정부는 미디어 통제를 강화했다. 특히 방송법은 NHK법이라고 부를 정도로 NHK의 업무, 인사, 경영 등 거의 모든 것을 규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NHK는 1953년에 TV방송을 시작했다.

NHK는 막대한 수신료수입을 재원으로 지상파와 위성의 다채널에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NHK 저널리즘 비판

그러나 일본 시청자는 NHK 저널리즘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우선 정치적 영향에 민감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본정부에서 인사와 경영, 업무를 규제하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가의 눈치를 본다. 특히 예산안이 국회를 심의하는 매년 2~3월에는 특히 정치적 외풍이 강하다.

NHK 수신료와 튜너리스TV

둘째, NHK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논조를 유지한다. 일본사회의 보수적인 가치를 대변하며, 정치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는 편협한 시각을 드러낸다.

셋째, NHK의 공평중립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NHK의 중립성이라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있을 정도로 NHK는 중립성을 내세우지만 보수적 정치성향을 대변할 뿐 비판적인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비판적 연구자는 NHK가 시민의 미디어가 아니라 정부의 미디어라고 지적한다(공공미디어와 시민의 관계는 다음 글을 참고할 것: 저널리즘과 공중, 거버넌스, 공영방송).

넷째, NHK 뉴스에는 정부 관련 내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을 받는다. NHK는 정시마다 뉴스를 방송하고 있으며, 오후 7시와 9시에 뉴스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특히 NHK 뉴스는 총리와 정부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다룬다. 총리의 발언과 정부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해 공명효과를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는다(참고글: 공영방송과 정부).

NHK 수신료 거부운동

이러한 NHK의 논조에 대한 불만은 NHK 수신료 거부운동으로 번졌다. 우선 1970년대에 일어난 수신료 거부운동은 NHK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보수적인 논조에 불만을 품고 수신료 거부로 맞선 것이다.

이러한 수신교 거부운동을 주도한 것은 비판적 연구자였다. 이들은 헌법과 방송법을 근거로 수신료 납부거부의 논리를 만들었으며, 시청자와 연대해 NHK에 개혁을 요구했다. NHK시청자위원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NHK 수신료에 대한 불만과 튜너리스TV 보급

2005년을 전후해 수신료 납부거부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당시 시청자는 NHK 프로그램 조작과 제작비 착복에 분노했으며, 계약해지와 수신료 납부거부에 나섰다. 당시 NHK 수신료 계약률은 80% 이하로 곤두박질쳤으며, 납부율은 69%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위기감을 느낀 NHK는 수신료 미계약자와 미납자에게 독촉장을 보냈으며,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NHK가 강경한 태도로 돌변하자 조금씩 납부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NHK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뿌리 깊어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수신료제도의 합헌성을 다투는 재판이 제기되었다. 1심과 2심을 거쳐 2017년 대법원은 수신료제도는 합헌이라며 계약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앋. 즉 대법원은 NHK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청자가 부담하는 수신료 납부는 법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튜너리스TV 보급

한편 2010년대 이후에는 수신료 거부운동은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판적인 관점이 아니라 보수적 정치성향을 가진 정치집단이 시청자의 불만을 부추겨 수신료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이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이다. 이들은 NHK에 대한 불만을 지지기반으로 이용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튜너리스TV는 지상파방송을 볼 수 있는 튜너가 탑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신계약 대상이 아니다. NHK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TV로 알려지면서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적 의도와 상업적 의도가 동시에 작용했다.

튜너리스TV는 20인치나 32인치가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43인치와 52인치 등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대신 가격은 저렴화되고 있다. 5만에서 6만 엔에 구입이 가능하다. 디지털TV보다 절반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최근 83인치 4K로 화질도 개선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NHK 수신료에 대한 불만과 튜너리스TV 보급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지상파방송을 볼 수는 없지만 OTT서비스가 보급되면서 시청 가능한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민방의 프로그램은 통합 플랫폼 TVer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유튜브 등의 콘텐츠도 시청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튜너리스TV는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 가전업체에서는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게다가 튜너리스TV가 인기를 끌면서 가전판매점은 2023년에 아예 전용 판매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원래 할인마트에서 2021년에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가전판매점에서 대부분 판매하고 있다.

결론: NHK 저널리즘의 미래는?

이상과 같이 NHK는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시청자의 불만을 불러 일으켰다. 1970년대에 시작된 수신료 거부운동은 비판적인 연구자를 중심으로 NHK의 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어나는 튜너리스TV 구입 움직임은 NHK에 대한 불만을 이용한 정치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수신료 거부운동이다.

공영방송, 공공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불만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행정과 사생활의 사이에 존재하는 공적 영역을 부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NHK가 만들어낸 자업자득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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