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송서비스(OTT)가 주류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다. Netflix 등 글로벌 사업자와 토종 사업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OTT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OTT산업은 경쟁에서 시장재편으로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자제와 재택근무 등으로 OTT 이용이 크게 늘어났다(참고, 방송산업의 코로나19 대응과 포스트 코로나).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 에 따르면, 2020년에 OTT서비스 이용율은 66.3%로 전년대비 14.3%나 늘어났다. 서비스 이용기지는 스마트폰이 94.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비스별로는 YouTube가 62.3%로 전년대비 14.5%가 늘어났다. 이어 Netflix는 16.3%, Facebook은 8.6%, Naver TV는 4.8%의 순이었다.
Netflix는 2018년에 1.3%에서 2019년에 4.9%, 다시 2020년에는 16.3%로 급증했다. YouTube와 Netflix, Facebook은 모두 해외사업자이며, 이들의 이용률은 87.2%에 이른다. 정액제 혹은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비율은 14.4%로 전년대비 6.6% 늘어났다. 주로 시청하는 장르는 버라이어티(69.8%), 드라마(37.2%), 스포츠(31.8%), 뉴스(27.8) 등의 순이었다.
글로벌 OTT 시장규모는 2020년에 582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사회사 PwC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산업 전망 2020-2024’에 따르면, 2020년 OTT시장은 전년대비 26% 증가했고, 이 추세는 지속돼 2024년에는 8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Netflix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에 3,069억 원이었던 한국 OTT시장은 2020년에 7,801억원으로 커졌다. 이용자수에서는 Netflix가 독주하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20년 월평균 순이용자수(UV)는 Netflix가 637만 명인 반면, 웨이브(wavve))는 344만 명, 티빙(TVING)은 241만 명이었다. 이외에 시즌 206만명, U+모바일tv 184만명, 왓챠 92만명 등이었다. SVOD 가입자 점유율도 Netflix가 40%로, 웨이브(21%)의 2배에 이르렀다. 2020년 한국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Netflix 구독료는 5,173억 원이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YouTube, Netflix,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쿠팡플레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진출을 발표했으며, 애플TV와 HBO맥스도 준비하고 있다. 다자간 경쟁구도에서 시장판도가 어떻게 바뀔 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의 파괴력이 주목된다. 디즈니는 픽사와 루커스필름, ABC,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1년 만에 글로벌시장에서 가입자 1억명을 확보했다.
게다가 디즈니는 올해 35편 이상, 2024년까지 매년 5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전세계에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투자액도 지난해 20억 달러에서 2024년에는 최대 90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가입자 목표치는 2억 6000만 명에 달한다.
토종OTT의 움직임도 2020년 말부터 빨라졌다. 통신3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장에서는 제작, 유통, IP 등 다양한 사업자간의 합동연횡이 시작되었다. 우선 티빙은 2020년 10월 CJ ENM에서 분사한 뒤, JTBC와 합작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제작사 JTBC스튜디오도 주주에 합류했다.
현재 티빙은 실시간채널 200개와 VOD 5만편,넷쇼핑 등을 제공하고 있다. 티빙은 네이버와도 협력을 추진해 2021년 봄부터 네이버 홈쇼핑의 네이버플러스의 회원도 티빙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CJ ENM은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티빙은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포털사이트의 연합이 되었다.
한편 지상파콘텐츠를 내세운 웨이브는 IPTV, 포털사이트와 손잡았다. 웨이브는 2019년 9월 지상파 3사의 pooq와 SKT의 oksusu가 통합해 탄생했다. 2021년 2월에는 IPTV SK브로드밴드와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할인된 요금으로 집에서는 IPTV, 외출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웨이브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제작사 카카오M의 콘텐츠도 제공받기 시작했다. 카카오M은 자체 OTT서비스 카카오TV를 운영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카카오TV는 출시 4개월만에 2억 뷰를 기록했다. 인기 콘텐츠는 웨이브뿐만 아니라 Netflix에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11월 KT가 출시한 시즌은 2020년 8월에 LGU+와 독점계약기간이 끝난 Netflix와 제휴를 추진했다. 2021년에 진출하는 디즈니플러스와도 협의중이다. KT는 최근 콘텐츠사인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OTT 서비스 ‘시즌’의 분사를 검토하는 등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쿠팡(coupang)은 아마존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 ‘로켓배송’을 내세워 1,48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쿠팡은 2020년 12월 OTT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프리미엄서비스 ‘로켓와우’의 회원(월2,900원)은 추가 비용 없이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로켓와우의 회원수는 500만명이 넘는다. 쿠팡은 제작스태프를 채용하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쿠팡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OTT사업자 Hooq를 인수했으며, 해외 스포츠 콘텐츠도 확보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에 새로운 사업자가 뛰어듦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시장재편도 예측된다. 디즈니플러스가 어느 정도 시장을 잠식할 지 주목된다. 또한 쿠팡플레이, 네이버TV, 카카오TV 등 신규사업자가 움직임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진출로 시장은 8개 사업자가 경쟁하지만, 향후 4~5개로 재편될 것으로 분석한다.
일단 유료방송업계에서는 미국과 같은 코드커팅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PTV와 위성방송, 케이블TV의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매체이용행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OTT를 시청할 때는 ‘방송프로그램보다 OTT 전용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응답이 55.8%였다.
이는 Netflix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Netflix는 방송의 개념과 시청습관을 바꾸어 놓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며 파괴자(disruptor)로 불린다. 한국에 맞는 로컬 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를 늘려 왔다.
Netflix는 한국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7,700억 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80여편 제작했다. 올해에도 5,500억 원을 들여 오리지널콘텐츠 10편 이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Netflix는 한국의 콘텐츠를 아시아시장에서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킹덤’ ‘사랑의 불시착’ ‘스위트홈’ 등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Netflix는 한국의 지상파방송에서 방송하기 어려운 소재를 선택한다. Netflix가 원하는 콘텐츠는 ‘사랑의 불시착’처럼 캐스팅이 화려한 멜로이다. 제작자에서는 Netflix를 등에 업고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투자는 콘텐츠크리에이터와 제작자에게 희소식이다. 영화제작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제작된 영화는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이 어려워지자 넷플릭스로 향했다.
토종 OTT도 방송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2020년 10월 CJ ENM에서 분사한 뒤, JTBS와 합작법인을 세운 티빙은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입해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전송했지만, 시장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웨이브는 무료 가입자를 포함한 전체 회원수는 1000만명에 이르며, 이중 유료가입자는 200만명 정도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600억원에서 올해는 900억엔을 투자할 방침이다. 2023년까지 콘텐츠제작에 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T는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웨이브와 카카오TV의 콘텐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시즌은 2020년 11월 말에 오리지널 전용관을 신설했다. 전년대비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수가 162%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말에는 콘텐츠전문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제작사와 협력해 웹툰을 드라마화 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즌은 10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약 130편 선보였다. 올해는 콘텐츠 길이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OTT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풍부한 자본력을 가진 Netflix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결국 OTT에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중요시되면 될수록 한국세 OTT에 승산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Netflix만큼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할 사업자는 없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둘러싼 경쟁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제작자 등도 시장의 활성화와 한류콘텐츠의 해외진출 측면에서 평가한다.
반면 토종 OTT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글로벌 OTT의 물량 공세가 장기적으로 ‘콘텐츠 종속화’를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콘텐츠에도 유행이 있기 때문에 Netflix가 투자규모를 줄이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Netflix는 콘텐츠에 대한 대부분의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독점소유한다. 예를 들면, 웹툰을 원작으로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스위트홈은 Netflix에 공개 이후 4주간 글로벌에서 2,200만이 시청했다.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Netflix가 계약시 추가 이익을 배분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OTT가 한국드라마의 판권을 사들이고 있다.
2021년에는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애플TV플러스, HBO맥스 등의 진출로 OTT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한국의 OTT 시장규모에서 보면, 경쟁과 재편을 거쳐 4~5개, 많으면 6개 사업자로 수렴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전문가는 국내 사업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입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뒤, 글로벌 OTT와 대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사업자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네이버(IP)와 CJ(제작·유통), JTBC(제작·유통)이 연합하고, SK텔레콤(제작·유통)와 카카오(IP), 지상파(제작·유통)가 손을 잡았다. KT는 최근 콘텐츠사인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시즌’의 분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디지니플러스와도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토종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면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미 한류콘텐츠는 몇 년간 글로벌 OTT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았다. Netflix에서 한국콘텐츠 시청량은 2020년에 전년보다 아시아에서 4배, 구미에서 2.5배 늘어났다. 왓챠는 2020년 9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도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OTT산업은 경쟁을 거쳐 시장재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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