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언론의 관계(2), 공격견과 스핀닥터

정부와 언론의 관계: 줄다리기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언론이 정부를 취재할 경우에 정보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정보원이 최고 권력기관인 경우에는 정보원의 발표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녹음기나 복사기가 될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확성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는 발표저널리즘(reactive journalism)이나 팩저널리즘(pack journalism)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정보원의 입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공적 정보원의 영향력이 강할 지 모르지만, 뉴스 생산과정에서 점점 저널리스트가 개입하기 시작한다(Cook, 1998). 

정부와 언론의 관계
정부와 언론의 관계

정보조작이나 정치적 압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널리스트는 논평이나 인용을 이용해 반대의견을 넣어 대립을 부각시키나 기계적 중립을 지키고자 한다. 혹은 하고 싶은 말을 일반시민의 반응을 빌려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강력한 정보원이 뉴스를 콘트롤 하지만, 점점 이는 저널리스트 쪽으로 기울게 된다. 특히 양심 있는 저널리스트라면 정보원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독자나 시청자를 의식한다. 

뉴스 생산과정에서 저널리스트는 내적, 외적으로 협상을 계속하게 된다.  이러한 협상에는 두가지 힘이 작용한다. 뉴스생산이라는 사회적 협상과정에는 서사로서의 뉴스와 정보원의 입김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에 언론은 반드시 정치가나 정부관료, 정부기관에 우호적이지도 순응적이지도 않다. 왜냐하면 언론과 정부는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언론은 정보원과는 다른 뉴스 생산가치를 추구한다. 

쿡(Cook, 1998)은 정보원과 저널리스트 사이에는 정보제공과 홍보라는 거래관계가 성립되지만, 양자 간에는 끊임없이 긴장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쇄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양자는 서로 중요한 자원을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은 결코 일방적일 수가 없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 공격견

한편 사바토(Sabato)와 패터슨(Patterson)은 언론이 전통적인 감시견에서 공격적인 보도태도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배경에는 보도스타일의  변화가 있다. 즉 언론은 관행화된 보도 제작과정에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 공격견
정부와 언론의 관계: 보호견, 감시견, 공격견

패터슨(Patterson)은 미국 언론이 베트남전쟁과 워터게이트사건을 거치면서 사실보도에서 조사보도와 같은 해석적 보도로 변했으며, 이것이 저널리스트를 단순한 관찰자에서 비평가로 변모시켰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조사보도는 언론에 공격 본능을 일깨웠다. 언론은 감시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집요하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확성보다는 논란을 부각시키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공격저널리즘에서는 정치적 갈등, 정쟁, 정치적 스캔들 등이 강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널리스트는 심판자나 비평가로 나서기도 한다. 

스패로우(1999)는 언론이 정쟁을 보도할 때 공격적인 보도태도를 가진다고 말한다. 여기에 정치나 정치가에 대한 불신이 겹치면 공격성은 더욱 강해진다. 사바토는 이를 ‘피딩 프렌지’(feeding frenzy)라고 부르며, 이것이 정치를 바꿨다고 말한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 스핀닥터

최근 정치영역에서 정보관리가 중요시되고 있는데, 이를 주도하는 것이 스핀닥터(spin doctor)이다. 정보관리는 언론과 정부의 관계를 블랙홀로 만들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의 근간을 뒤흔든다.

최근 대부분의 정부는 뉴스미디어의 우호적인 보도를 유도하기 위해 보도과정과 내용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 전쟁과 위기상황, 정치적 갈등상황 등에서 정부의 정보관리가 두드러진다. 

정보관리는 일방적인 흐름이 아니라, 정치시스템과 저널리즘의 행위자들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언론과 정부는 서로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이다. 

즉 언론와 정부의 관계는 단순한 상호 공생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대방을 이용하고 통제하는 역동적인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언론과 정부의 관계
정부와 언론의 관계: 공생, 경쟁, 적대

특히 스핀닥터는 저널리즘의 영역을 왜곡시키기는 주범이다. 스핀닥터는 정당이나 정부의 홍보전문가, 공보전문가를 말한다. 원래 ‘스핀’은 크리켓에서 보울러가 공을 던지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었으며, 야구의 변화구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스핀닥터는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면 사실의 왜곡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정보를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 속성이다. 스핀닥터는 ‘합의의 공학’을 양산하기 위해 언론과 저널리스트를 우선적으로 관리한다. 

이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조작하거나 정치적 이미지를 포장하며, 정치가의 노출을 관리하고, 저널리스를 조종하며, 의제설정을 주도한다. PR전문가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조작이나 선전선동의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대처 총리의 대변인 버나드 잉햄(Bernard Ingham)이나 블레어 총리의 공보수석이었던 알레스테어 켐벨(Alastair Campbell)처럼 ‘고용된 싸움꾼’은 정치적 패키징(packaging of politics)으로 불리는 과정에서 핵심인물이 되었다고 지적한다(Franklin, 1994).

결론: 정부와 언론의 관계

이상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정리하면, 우선 언론과 정부의 관계는 적대와 공생이 상존한다. 표면적으로는 갈등과 대립, 긴장관계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행위자들 간에 상호 협력적, 의존적, 공생적 관계가 유지된다. 특히 공적 정보원을 선호하는 언론은 정부와 정치가를 의존한다. 또한 언론은 상황의존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정쟁이나 대립이 심할 수록 언론은 관찰자보다는 비평가로서 공격적인 보도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공공정책, 외교, 전쟁보도 등 갈등적 사안에서 두드러진다. 저널리즘은 개인적, 조직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언론과 정부의 관계는 입체적, 동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양자의 관계는 적대, 견제, 공생, 유착, 일체를 오고 가는 진자운동을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감시견의 역할을 하던 언론이 공격적 보도태도로 돌변하기도 하며,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는 저널리스트의 개인적 차원이든 혹은 미디어기업의 조직적 차원이든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다양한 상황과 요인에 따라 적대에서 일체까지 진자운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이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널리스트의 규범, 조직적 특성이다.

참고문헌

Cook,Timothy(1998). Governing With The News: The News Media As a Political Institu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Heffernan, R. 2006 The prime minister and the news media: Political communication as a leadership resource, Parliamentary Affairs,59(4).

Franklin, Bob(1994). Packaging politics : political communications in Britain’s media democracy. London: Edward Arnold.

Patterson, T. E. (1994). Out of order: An incisive and boldly original critique of the news media’s domination of America’s political process. NY: Vintage Books.Sabota, L. (1991) Feeding frenzy: How attack journalism has transformed American politics, New York: Free Press.